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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부활절 행진 문화, 신앙과 전통의 길을 걷다

by wang2money 2025. 5. 30.

스페인의 부활절 행진은 단순한 종교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성주 간(Holy Week, Semana Santa)이라 불리는 이 기간은 전국적으로 진행되며, 각 지역마다 고유의 퍼레이드 형식과 예술적 장식이 어우러져 수백 년간 이어져온 전통과 신앙이 하나의 축제로 표현됩니다. 특히 세비야, 말라가, 그라나다 등에서는 형형색색의 복장을 입은 행렬단과 정교하게 제작된 종교 조각상이 도시를 가로지르며, 관람객은 물론 참여자 모두에게 깊은 정서적 울림을 전합니다. 이 글에서는 스페인의 부활절 행진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지역별로 어떤 특징을 보이는지, 그리고 현대 사회 속에서 이 전통이 어떤 방식으로 계승되고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다뤄봅니다.

 

스페인 부활절 행진 문화

신앙의 표현, 예술로 승화된 스페인의 성주간

부활절은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절기 중 하나로 여겨지지만, 스페인에서는 단순한 종교 행사를 넘어서 하나의 민족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세마나 산타(Semana Santa)’로 불리는 부활절 주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기념하는 일주일간의 대규모 행사로, 수세기 동안 이어져 내려온 정교한 행진과 예술적인 연출이 결합된 독특한 형식을 띱니다. 이는 단순히 교회나 수도원 안에서 진행되는 의식이 아닌, 도시 전체가 참여하는 신앙의 축제입니다. 특히 세비야(Sevilla)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부활절 행진이 펼쳐지는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수많은 ‘코프라디아(cofradía, 종교형제단)’가 참여하여 예수와 성모마리아의 조각상을 메고 도시를 행진합니다. 이들의 복장은 중세 기사단을 연상시키는 후드형 두건과 긴 망토로 이루어져 있으며, 무겁고 거대한 ‘파소(paso, 수난상 구조물)’를 들고 수 시간 동안 행진을 이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연주되는 슬픈 성가, 촛불의 흔들림, 울먹이는 관객의 눈빛은 이 행진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진정한 신앙의 공간임을 보여줍니다.

지역마다 다른 부활절 퍼레이드의 얼굴

스페인의 부활절 행진은 도시마다 서로 다른 분위기와 양식을 보이며, 각 지역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에 따라 독자적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세비야의 행진이 정중하고 장엄한 분위기라면, 말라가(Málaga)는 보다 활기차고 시민 참여가 활발한 형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말라가에서는 군부대가 직접 행진에 참여하기도 하며, 예수상이 ‘포로로서의 자유’를 상징하며 감옥에서 사면된 죄수와 함께 등장하는 독특한 전통이 존재합니다. 그라나다(Granada)에서는 알람브라 궁전을 배경으로 성주 간 퍼레이드가 펼쳐지며, 중세 무슬림 문화와 기독교 전통이 교차하는 독특한 미적 감각이 나타납니다. 바야돌리드(Valladolid)는 보다 정적이고 묵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나무 조각 예술이 강조된 퍼레이드를 선보이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처럼 변모합니다. 이처럼 도시마다 다른 형식과 연출 방식은 스페인의 지역 정체성과 신앙심이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사례입니다. 행진의 핵심은 ‘파소’입니다. 이는 목조로 제작된 대형 수난 조각상으로, 금박과 장신구, 직물 등이 정교하게 덧대어진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십 명의 행렬자가 어깨 위에 얹어 들고 움직이기 때문에,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함께 나누는 고통’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또한 이 행진에는 관악대가 동반되어 슬픔과 신비를 동시에 전달하는 성가를 연주하며, 도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성전으로 변화합니다.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영혼의 행진

스페인의 부활절 행진은 종교적 의례를 넘어선 사회적 연대의 장입니다. 이는 단지 종교를 믿는 사람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가 참여하고 함께 경험하는 살아있는 전통입니다. 매년 수천 명의 스페인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방문객도 이 행진에 감동을 받으며, 문화적 충격과 동시에 깊은 감정을 느낍니다. 오랜 시간 동안 변화 없이 이어져온 전통은 이제 관광과 지역 경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스페인의 문화적 자긍심으로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종교적 전통이 점차 사라져 가는 흐름 속에서도, 스페인의 부활절 행진은 단순히 과거를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SNS를 통해 전통 의상과 행렬을 기록하고 공유함으로써 전통문화가 디지털 세대와도 소통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환경 친화적인 소재를 활용하거나, 보다 포용적인 퍼레이드 형태를 도입하는 등 진화하는 행렬의 모습도 관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스페인의 부활절 행진은 과거의 기억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새롭게 재구성되는 ‘현재의 믿음’이자 ‘미래의 전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을 여행하는 이들이라면 이 시기에 맞춰 일정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성전이 되는 그 순간, 우리는 문화와 신앙이 하나 되는 진정한 유럽의 얼굴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